지난 3박 4일동안 '양수과소증'으로 대학병원 입원을 하고 퇴원을 하였다. 그간 겪었던 일들을 블로그에 포스팅 해본다. 나처럼 처음이라 '멘붕'을 겪는 산모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Day 1 (1일차)

    사실 지난 2주전 30주차, 정기검진때 양수가 약간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간 하루에 2L씩 기록해가며 꼬박꼬박 물과 토레타를 닥치는대로 마셨다 원래 양수가 적으면 태동이 잘 안느껴진다는데 우리 태양이는 태동이 하루종일 잘 느껴지고 갈비뼈도 뻥뻥차는 태권소녀 였기 때문에 아 .. 내가 2주동안 열심히 물을 마신 효과가 있구나..! 하는 생각에 자신감 넘치게 병원을 갔는데..... 양수가 전보다 더 줄었다는 선생님의 말씀. 갑자기 대학병원 진료의뢰서를 써주시겠다고...ㅠㅠㅠㅠ
    이게무슨 청천벽력같은 소리인가 ㅠㅠ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대학병원에서 분만을 진행할수도있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뒤로하며 바로 의뢰해주신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보통 양수과소증인경우 아기의 크기가 주수보다 지연발달되는경우가 많은데 우리 태양이는 오히려 주수보다 약간 크다고하셔서 한결 마음이 놓였다 

    내가 입원이라니..!


    대학병원가는길.. 회사에 있는 신랑에게 전화를 했다 안울려고 했는데 신랑 목소리 듣자마자 펑펑 터지는 눈물 ㅠㅠ 지하철안에서 계속 눈물 콧물 범벅하며 울었다
    하필이면 코로나가 재확산하고있는 이 시점에 사람들 디따많은 대학병원이라니 ㅠㅠ 무섭고 떨리는 마음으로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고위험산모태아 집중치료실"로 향했다 (이름도 무시무시하다) 
    도착하자마자 이런저런 검사를 하고 초음파를 했는데 역시나 반전은 없었다 
    양수과소증 진단 바로 입원 결정. 입원을 하게될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엄청 당황스러웠다 반차쓰고 달려온 신랑도 당황한건 마찬가지.. 
    순식간에 입원수속 밟고 링거꽂고 병원복으로 환복... 맙소사 ㅠㅠ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5층 


    이곳에 오게되면 하루종일 태동검사 & 수축검사를 한다. 그것도 자세를 바꿔가며 정자세로 했다가 돌아누워서했다가 오후1시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계속 진행을 하니 잠을 도저히 잘수가 없었다
    물론 내가 잠자리가 조금 예민한 부분도 있겠지만 ㅠㅠ 다른 산모들은 코까지골며 엄청 잘잔다.. 너무너무 부럽고 신기하다ㅋㅋㅋ 결국 첫날 수면시간 세시간...ㅠㅠㅠ 당장 1인실로 옮겨달라고 소리치고싶었다 나는 인간의 3대 욕구중 수면욕에 제일 약한 사람인데 ㅠㅠㅠ 이대로 있다가는 제명에 못살것 같은 느낌이...

    그러던 와중 저녁 7시-8시경 아기 심박수가 조금 이상하다는 소리가 나왔다 순식간에 간호사 5-6명이 나 하나를 둘러싸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나는 완전 패닉상태 ;;
    결국 아기 상태를 보기위해 초음파를 다시 진행했다 다행히 애기가 너무 잘놀아서 생긴 해프닝? 이었다 
    그리고 다행인것은 처음의 초음파보다 두번째 초음파속 양수양이 더 많게 나왔다는것! 지금도 넉넉한 수치는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이 한결 더 편해졌다

    금식후 먹는 첫 저녁밥

    초음파와 동시에 내진도 하게 되었는데 그간 맘카페에서 내진에 대해 엄청난 불쾌감 + 고통 이라며 겁을 많이줘서 걱정을 많이했다 근데 왠걸 다행히 나는 그다지 불편감을 못느꼈다 ^^; 역시 사람바이사람인가보다
    선생님이 내진을 해보시더니 자궁경부가 10%정도 열려있긴하나 이미 열려져있던 상태에서 더 진행이 안된건지, 아니면 앞으로 진행될건지는 알수없다고 하셨다. 다행히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하시니... 더 진행되지않도록 퇴원하자마자 바로 눕눕해야될것같다... 오늘은 수액도 맞고 물이랑 토레타도 많이많이 마셨으니 내일은 꼭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 
    .
    새벽에도 계속 새로운 산모들이 들어온다. 밤새 3명의 산모가 들어와 어느덧 다시 비어있던 병상은 만실이 되었다. 가장 마음이 안좋았던 케이스는 내 오른쪽 산모였는데 듣기로는 27주정도 되었고 조기진통으로 내원했는데 라보파를 써도 수축이 잡히지않아 새벽내내 끙끙 앓으시더니... 결국 아침일찍 분만을 하러 가셨다 ㅠㅠ 정말 마음이 좋지않았다...
    그리고 문득문득 드는 불안감. 그럴때 마다 남편이 해준 말을 되새겨본다 "지금 나는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곳에 와있다"는 것을


    Day2 (2일차)

    이곳의 하루는 청소여사님이 휴지통을 비우는 6시부터 시작된다. 간밤에 쪽잠 두시간정도 잔게 다인데 불을 켜버리니 오늘 잠은 다잤다 크크 

    누워서 바라본 창밖 풍경


    7시에 아침을 먹고나니 조금 긴장이 풀린건지 30분정도 잠을 청했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논스탑태동검사 ㅠㅠㅠ 하루종일 누워만 있으니 허리가 너무 아파서 힘들다... 아침에도 피검사를 했는데 어제와 달리 염증수치가 약간 높아서 항생제를 맞았다 .. 
    이대로 잠도 제대로 못자고 신체리듬 다 깨지며 스트레스 받느니.. 차라리 외래를 많이 올테니 빨리 퇴원시켜달라고 졸라봐야겠다 쉬더라도 집에서 쉬는게 훨씬 마음 편할것 같다... 
    그리고 오늘 아마 일반병실로 옮길텐데.. 그때 1인실이나 2인실로 배정을 부탁했다 5인실 같은 다인실은 진짜 내명에 못살듯..... 돈이 얼마던 간에 산모인 내 컨디션이 제일 중요한게 아닌가...! 
    오후 12시경 일반병실 이동 확정! 막상 와보니 다인실이 다 같은 다인실이 아니라 여기는 산과 환자들만 다인실에 모아놓은 곳이여서 차라리 다인실을 할까.. 했지만 어제 옆자리에서 코골고 트림하던 산모를 생각하면 그래도 2인실이 훨 낫겟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ㅋㅋㅋ 후회없는 선택이길..!

    맛있는(?) 병원밥!

    특이한 점이 계명대 동산병원은 밥이 참 맛있다...... 살면서 입원이란걸 해본적이 없던 지라 병원밥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왠걸... 간도 알맞고 왜이렇게 입에 착착붙는거죠.....ㅎㅎㅎㅎ 병원에서 밥때를 기다리게 될줄은 몰랐다... 여기 맛집이네 맛집이야

    일반병실로 옮기고 난 뒤 에도 산모를 케어하는 간호사분들의 노고는 분주하다. 하루 6번 2-3시간 간격으로 아이 심장소리를 체크해준다. 병동 곳곳에서 빠르고 작지만 쿵쾅거리는 아기들의 심장소리가 밤낮없이 들려온다.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갔을때 듣는 아기 심장소리와 대학병원에서 듣는 아기심장소리는 느낌이 다르다 
    대학병원에서의 아기심장소리들은 저마다 "엄마! 나 여기서 잘 지내고 있어요 걱정하지말아요!"라고 세상에 외치는 것만 같아 그 심장소리가 그 누구의 심장소리가 되었든 너무 고맙고 대견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게 되는 것 같다. 그래 ! 꼭 잘 버텨주어 세상과 반갑게 마주할 수 있기를! 


    Day3 (3일차)

    맨처음에 입원했을때 간호사선생님이 3일을 말씀하셔서 나는 3일차 되는 오늘 퇴원할 수 있을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ㅠㅠ 흑흑 3박 4일이었던것이다 .. 하루만 더 버티자 병원 너무답답하고 건조해.... 역시 나하고는 안맞는듯 

    링거와 처음신어보는 압박스타킹


    오늘은 아침부터 태동검사를 2시간 진행하였다 같은 자세로 계속있으려고하니 좀이 쑤셨지만 그래도 우리 태양이 잘 놀고 잘 지내는것 같아서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그리고 3시쯤 드디어 선생님의 회진~ 항생제 계속 맞았으니 내일 피검해서 염증수치만 괜찮아지면 퇴원가능하다고 하셨다 ㅎㅎ 그리고 초음파도 한번 봐주셨는데 양수량이 양수과소냐 아니냐의 경계치 정도에 놓여있다고...ㅠㅠ 
    안심할 수 없으나 다행히 탯줄이나 애기 심박동 두뇌혈류등에는 문제가 없고 애기가 주수에 맞게 잘 커주었으니 36-37주 정도까지 끌고가서 분만할 수 있겠다고 ~ 하셨다 (참고로 말하자면, 대학병원에서는 34,35주만 되어도 정상분만으로 친단다) 마음이 한결 놓였다

    밥..... 좋다

    아! 그리고 식사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식사는 매번 일반식/선택식(특식개념)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데 내가 알아본 바로는 일반식과 선택식 간에 금액 차이는 없는것 같아 보였다. 따로 물어보지않고 인터넷으로 찾아낸 거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일반식의 경우 원래는 6천원 정도인데 개인부담 50% 공단부담 50%정도해서 개인부담 약 3천원 정도에 먹을 수 있는 듯 하다. 완전 혜자 맛집 계대 동산병원! 

    다시 분만 이야기로 돌아오자면...문제는 여기가 집에서 차로 30분이나 걸리다보니 응급상황에 잘 대처할수 있을까 인데.. 그래도 일반 병원에서 분만하는것보단 대학병원에서 분만하는것이 인프라나 조건은 훨씬 괜찮은것같다  

    그래도 원래 분만하고자 했던 병원은 집에서 차로 5~10분 거리였는데... 좀 아쉽기는 했지만 태양이를 위해서는 이 방법이 최선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랑은 계속 1월생이 아니라 12월 생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속상해한다 본인이 12월 생이라 손해를 많이 봣대나 뭐래나 ㅠㅠ ㅎㅎ 나도 1월까지 태양이가 잘 버텨주면 세상 감사할 것 같은데 그래도 어쩌겠어! 태양아 엄마는 네가 건강하게만 태어나면 되 ❤️ 이번 위기(?)를 겪으면서 모녀사이가 좀 더 돈독해지고 애틋해진 느낌이 드는것 같다 ㅋㅋ


    Day 4 (4일차)

    퇴원하기 전 마지막 아침!

    드디어 퇴원날 아침이 밝았다. 아침식사도 내가 좋아하는 수제비.... 최고야 정말로 ! 갑자기 생겨난 염증수치때문에 하루에 2번씩은 항생제를 투여받았다. 링거 줄을 타고 몸속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액체 으으..... 선생님이 염증수치만 잡히면 바로 퇴원 가능하다고 해주셨기 때문에 아침일찍 피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려 본다.

    마지막 태동검사

    입원 생활중 마지막 태동검사! 2시간 동안 정자세로 딱딱한 침대위에 누워 있는것은 여간 고역이 아닌데 .. 태양이를 생각하면서 열심히 버텼다. 캔디크러시사가 없었으면 어쩔뻔 했냐 ㅠㅠ 심심하고 지루해서 넘 힘들었다

    다행히 피검도 정상수치 ! 태동검사 결과 이상무! 퇴원이 결정 되었다. 앞으로 일주일에 2번 방문해서 1번은 외래 + 태동검사, 1번은 태동검사만 진행하자고 하셨다. 퇴원준비 하던중에 간호사분에게 '여기 집에서 너무 멀어요 ㅠㅠ'라고 이야기 했더니 그정도면 먼것도 아니라고 경주, 포항에서도 온다고 ~ 대구경북 전역에 있는 산모들이 다 온단다.. 그런분들은 골든타임을 놓칠까봐 퇴원하라는 이야기도 못한다면서 답답한 병원생활 수고 했다고 이야기 해주셨다

    다시한번 느끼는 생각이지만 이곳 병원 의사, 간호사분들은 하나같이 다 너무너무 친절하시다. 귀찮은 질문에도 잘 대답해주시고 세심하게 산모기분까지 하나하나 케어해주시는 느낌이 정말 프로페셔널 하다는 생각이 절로... ♥ 다들 적게일하고 많이 버시길 바란다.

    3박 4일간의 병원비는 35만원 정도가 나왔다.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겨주고 24시간 세심하게 밀착케어 해주는데 이정도면 저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 앞으로 선생님이 말씀하신 36-37주까지 나와 아이가 그리고 자궁이 잘 버텨주었으면 좋겠다 (주수 꽉 채워주면 더할 나위없고...) 이렇게 사람의 욕심은 한도끝도 없다 ㅎㅎ ! 그럼 분만하는 그날까지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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